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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원규(농업농민 정책연구소 연구원)


지난 2월에 로컬푸드 연구를 하고 계시는 교수님들과 함께 일본 효고현 현지조사에 동행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

국내에도 많이 알려져 있는 것처럼 일본은 지산지소(운동을 통해 다양한 지역먹거리, 지역농업 활성화를 위한 활동들이 펼쳐지고 있기 때문에 지속가능한 대안농업을 고민하는 전농에서 활동하는 젊은 실무자로서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는 기간이었다.

이 글에서는 토요오카 황새공원 방문을 통해 생긴 짧은 고민을 적어보려고 한다.

토요오카 시(市)의 황새살리기는 어떻게 시작되었는가?

농업이나 환경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아마도 '황새살리기'나 '황새농법'이라는 말을 어디선가 들어보았을 것이다. 일본의 효고현 북부 타지마 지역에 위치한 토요오카 시는 일본 내에서 황새가 가장 마지막까지 서식한 지역이다.(1971년을 마지막으로 더 이상 볼 수가 없었다고 한다.)
그런데 이 토요오카 시에서는 1989년에 첫 인공부화를 통해 다시 황새를 살려냈고 1992년부터 야생복귀계획을 수립해 지금까지 꾸준히 노력해 오고 있다.

대체 왜 토요오카 시에서는 다시 황새를 살리려고 했을까?

일본(토요오카를 포함해서)에서 황새가 사라진 이유는 과도한 농약을 사용하는 화학농법 때문이었다. 농약으로 인해 황새의 서식처가 오염, 파괴되어 일본 내에서 멸종된 것이다. 이에 대해 토요오카의 사람들은 황새의 서식지이자 인간에게는 다양하고 안전한 먹거리를 제공했던 풍요로운 대지가 척박해지고 파괴되고 있는 것이라고 인식했다.

그래서 환경을 파괴하는 농약사용과 화학농법을 줄여나가면서 친환경적인 황새살리기 농법으로 바꾸어 나가면서 다시 사람과 친근한 동물인 황새가 함께 공존할 수 있는 곳으로 만들어가려고 하는 것이다.

황새살리기를 바라보는 다른 시각 - 돈벌이 vs 공존

수많은 노력을 통해 지금은 친환경 쌀도 생산하고 관광지로서도 유명해진 토요오카의 황새공원을 둘러보고 나름대로 많은 생각이 들었다. 다시 황새를 살리기 위해 이루어지는 많은 행정적 지원, 그리고 다양한 지원을 바탕으로 노력을 통해 관행농법을 탈피해 친환경적인 황새살리기 농법을 실천하는 농민들(농민들은 황새의 고향 영농조합법인을 설립해 생산자 조직을 확대하고 있다.), 여러가지 체험이나 교육활동을 통해 소비자들과 교류하는 모습들 속에서 참 좋은 사례를 만들어냈다는 생각이었다.

그런데 3일 뒤 효고현의 공무원으로부터 현의 지역먹거리 정책에 대해서 설명을 듣던 중에 토요오카의 사례가 나왔다.(이 공무원은 토요오카에서 황새살리기 사업을 했었는데 그 성과를 인정받고 효고현으로 스카웃되었다고 한다.) 토요오카의 사례설명과 함께 MBC의 'W'에서 취재해 소개되었던 토요오카의 황새살리기에 대한 영상을 함께 봤다.

한국에서 토요오카의 사례가 방송으로 소개되었다는 것은 몰랐기 때문에 열심히 봤는데 내 생각과는 너무 달라 약간 충격이었다. 이 프로그램의 제목은 '황새 살려 돈버는 토요오카 시'였다. 아니 대체 이런 좋은 사례를 소개하면서 '황새 살려 돈버는' 사례로 소개를 하다니… 한국으로 돌아와 인터넷으로 검색해 보면서 나는 더욱 충격을 받았다.


특히 정부나 행정기관의 입장에서 '황새살리기 농법'을 소개하는 글들은 대부분이 토요오카가 이를 통해 관광지로 유명해지고 돈을 번 좋은 사례로 소개하는데 집중되어 있었다. 황새공원에서 직접 황새살리기 농법을 통해 쌀을 생산하고 있는 농민이신 나와테 에츠요시씨의 설명에서 '황새의 소중한 서식지이자 우리에게 안전한 먹거리를 제공하는 풍요로운 대지에서 모두가 함께 살아가는 방법을 찾기 위해 황새살리기를 시작했다'는 감명 깊은 설명을 들었던 좋은 기억이 산산히 부서지는 느낌이었다.

지역먹거리에 대한 올바른 인식에서 시작해야

토요오카 시의 사례가 너무나 단순한 비교일 수는 있다.
하지만 지속가능한 농업, 그리고 이를 실천하기 위한 지역농업-지역먹거리 활성화를 고민하기 위해서는 그 바탕에 깔려 있는 인식부터 올바르게 잡아야 한다. 일례로 2008년 광우병 촛불 이후로 안전한 먹거리가 주목받으면서 지난 해에는 우리나라에도 다양한 지역먹거리(로컬푸드)와 관련한 흐름이 형성되었다.

그런데 이런 사회적 분위기를 기회로 삼아 로컬푸드로 돈을 벌겠다며 대기업들이 몇몇 지역에서 로컬푸드를 한다는 웃지못할 사례들이 나타나기도 했다. 지역에서 농민이 생산한 안전한 먹거리를 소비자의 식탁까지 연결하는 지역먹거리 운동을 대기업이 하겠다니? 과연 로컬푸드가 무엇인지나 알고 하는 소리인지 궁금하다.
 
일본 토요오카 시의 사례를 바라보는 다른 시각에서도 드러나는 것처럼 올바른 인식이 올바른 실천으로 나타난다. 토요오카 시의 사례가 좋은 이유는 안전한 먹거리를 생산하려는 생산 농민과 이에 대한 관심을 가진 소비자들, 그리고 행정적 지원이 어우러져 만들어진 것이기 때문이다. 이를 관광지로 개발하거나 좋은 브랜드 개발의 사례로만 바라보는 것은 반쪽짜리 시각일 뿐이다.

우리나라에서도 황새살리기와 관련된 많은 노력들이 지난 십수년간 계속되어오고 있다. 그런데 이를 관광지의 개발로 보거나 혹은 4대강 사업과 연계시키려는 어처구니 없는 이야기까지 있다고 하니 안타까울 뿐이다.

반면 지역먹거리와 관련해 생산자와 소비자가 상생하는 지역발전, 농업발전의 계기로 삼으려는 좋은 사례들도 많이 나타나고 있다. 이 속에서 일본의 지산지소를 뛰어넘는 좋은 한국형 사례들이 많이 나타나길 기대한다


Posted by 밥상을 지켜라!